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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학교 생활기] 합격하면 할 일낙서장 2020. 7. 10. 14:12
합격하고 해야 할 일은 당연히 선행학습이다.
가끔 영어나 국어, 역사 등과 같은 과목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러나 시간낭비다.
무조건 수학, 과학에 올인해야 한다. 무조건, 무조건. 에세이 공부하라는 말도 개소리다.
아마도 합격하기 전까지 열심히 했을 것이다. 딱 그 노력의 1.5배만 더 하면 된다. 시간 당 학습량 1.5배를 늘려서 공부하면 알맞을 것이다. 그리고 중학교에서는 공부하지 마라. 영재학교 갈 정도면 어느 정도의 내신은 확보한 상태일 텐데, 시험기간만 벼락치기해서 한두 등급 내려가는 정도로 버티면 된다. 지방에서 다니는 학생은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냥 사고만 안 치면 입학시켜준다.
이제 이유를 설명하겠다.
1. 선행학습 : 영재학교 교육과정 때문이다. 1학년에는 과학에서 대학기초과정, 수학에서 고등학교 대부분을 끝낸다. 당연히 수학에서 미적분을 배우지 않더라도 과학에서 배운다. 2학년에는 미적분학, 선형대수학이나 해석역학 등을 공부한다. 그리고 3학년에는 대학 입시를 위하여 고등학교 내용을 복습한다.
나는 천재라서 충분히 따라갈 것 같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겠지만, 생활 환경의 변화와 R&E, 각종 대회 준비를 병행하면 체력적으로 무리다. 학원 컨설팅으로 R&E와 대회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면 그냥 선행하자. 그런데 R&E 컨설팅을 받는 것보다 그냥 영재학교 내신 대비반을 다니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2. 과학, 수학에 올인 : 영재학교의 학점제 때문이다. 대학교 시스템과 마찬가지다. 모든 과목이 적절한 가중치(학점)로 평점(평균평점, 종합점수)에 반영된다. 그런데, 영재학교에서는 수/과학 과목의 비중이 타 과목에 비하여 압도적이다. 과목의 학점이 일반적으로 시수에 따라 결정됨을 생각하면, 수/과학 과목이 내신에서 큰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서로 수업을 한다, 영어 과목이 다양하더라, 학기/방학 중에 외국에 나간다더라 하는 이유로 영어 수업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절대로 들어서는 안 된다. 그 시간에 정석 한 번 더 풀어라. 혹시나 걱정된다면, 정보(컴퓨터) 수업은 들어도 괜찮을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수/과학이 우선이다.
3. 중학교에서 공부하지 마 : 중학교는, 영재학교 3차를 통과하는 순간, 짐이 된다. 양심에 걸릴 수는 있지만, 졸업할 때까지만 손을 떼라. 어차피 영재학교에 합격할 정도면 남은 수/과학 내용은 완벽히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혀 공부할 필요가 없다. 앞서 말했듯 수/과학을 제외한 나머지는 공부할 이유도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 그러니 놀지 말고, 구석에서 수/과학 선행을 하는 것이 향후 큰 도움이 된다.
그럼 선행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문이 남는다. 우선 학원을 가라. 가능하면 대부분의 예비 동기들이 가는 학원에 가는 것이 좋다. 못해도 중간은 가기 때문이다. 영재학교라는 시장에 첫 발을 디딘 학생과 학부모가 좋은 학원을 고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만 영어, 국어, 및 기타 과목은 다들 간다고 해도 가지 마라. 분명히 수/과학 학원에서 배운 것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완벽히 마스터하고 가서 수업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된다면 과외를 듣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가급적 해당 학교를 다니는 재학생이거나, 최근에 졸업한 학생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학원과 다른 측면에서, 해당 학교의 분위기를 안다는 목적으로, 선배와 친해진다는 목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돈이나 시간이 부족하다면 학원만 열심히 다니고 복습해라.
R&E 대비를 한다는 명목으로, 혹은 올림피아드를 명목으로 비싼 돈을 요구하는 학원들이 있다.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상술인 것도 많다.
우선 R&E부터 보자. 영재학교 지망생이라면 아마도 영재교육원을 한 번쯤은 가보았을 것이다. 사사과정까지 오래 하였다면 R&E 학원등에 갈 필요는 없다. 영재교육원에서 잠깐 활동한 것이 전부라면, 적어도 본인에게 연구나 실험이 맞는지 판단할 수는 있다. 만약 연구가 맞지 않는다 싶으면 내신에 모든 것을 거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연구를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흥미의 목적으로 R&E 학원을 갈 수는 있다. 자기계발성이다. 하지만 대입을 위해서 가는 것은 틀렸다. R&E는 변수가 많다. 우선 조별 활동이다. 자신이 아무리 좋은 주제를 학원에서 가져오더라도, 다른 팀원들이 시큰둥할 수 있다. 또 원하는 분야(수물화생지정)에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지구과학에는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가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래 연구가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R&E가 기껏해야 6개월 과정이라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니 연구로 대학 갈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연구는 로또와 같은 것이라, 잘 되면 좋은 것일 뿐이다.
올림피아드는 그래도 연구활동에 비하면 논란의 여지가 적다. 그러나 갈수록 올림피아드의 스펙으로서의 의미가 퇴색되는 상황에서, 올림피아드로 대학 갈 생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치 자격증 하나 따서 대기업에 가겠다는 것과 같다. 취업처럼, 대입도 (학교의 위상과) 학점이 우선이다. 하지만 올림피아드를 하는 것은 해당 분야를 깊이 공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영재학교의 내신 공부와 겹치는 측면이 어느정도 있다. 그러나 순수한 내신 공부에 비하면 시간낭비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본인이 해당 순수 분야로 대학에 갈 생각이 있다면,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들 기쁘게 합격했을텐데, 바로 학원에 가는 것이 옳다고 말하니 잘못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나와 내 친구들은 모두 합격발표 날 학원 강의실에서 만났고, 아직도 모두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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