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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합리화
사람은 불완전하다. 그 불완전함 중 하나는 자기 합리화일 것이다. 자기 합리화는 자신의 잘못을 축소하고, 남의 잘못을 부풀려 보이게 한다. 자신은 과대평가하며, 남은 과소평가하는 성향이다. 이러한 편향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전제를 인정한다고 가정하자. 가령 나와 상대가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자. 나는 자기 합리화에 따라, 상대의 잘못은 더 큰 잘못으로, 내 잘못은 더 작은 잘못으로 생각한다. 당연하게도 나는 스스로에게 더 후한 평가를 내리며, 상대에게는 더 나쁜 평가를 내린다. 이제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상대방 역시 자기 합리화에 따라 자신을 덜 나쁜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상대는 나의 평가를 놓고 어떻게 생각할까? 상대에게 나는 더 잘못한 주제에, 스스로에게는 유하면서 남은 박하게 대한다고 생각될 것이다.
내가 스스로에게 엄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워야 그제야 "저 사람은 모두를 공정하게 대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따라서 '내로남불'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두 배, 세 배 더 자신에게 엄격하고, 상대에게 너그러워야 한다. 남의 칭찬을 듣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의 마음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붉은 여왕의 말처럼 나아가기 위해서는 두 배로 달려야 하나보다.
찬성하는 의견을 제대로 듣기 어려운 이유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특징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나는 자기 쇄신이 인간성의 본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발전을 위한 토대는 역시 공부다. 많이 듣고, 보고, 생각해 보아야 한다. 논어에는 "여러 사람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며, 여러 사람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라"는 말이 나온다. 대중의 의견에 부화뇌동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처럼 자신의 잣대를 가지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주관이 편견이 되고, 관념으로 고정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사람은 모두 불완전하므로 나의 의견 또한 불완전한 구석이 있을 것인데, 이를 인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공부를 함에도 자기 쇄신으로 쉽게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으로 남의 말을 스스로에 맞춰 재단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일견 바보 같거나, 이미 스스로 틀렸다고 결론 내렸더라도 상대가 말한다면 다시 한번 귀담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부족하고, 혹여나 정말 상대가 그르더라도 큰 손해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귀담아듣는 과정에서 자신을 잃어버리지는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고언을 귀담아듣기도 쉽지는 않지만, 나에게 찬성하는 의견을 귀담아듣는 일은 어렵다. 우선 내가 행간을 잘 읽었는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감탄고토는 생각보다 강력한 경향이라, 누군가 다른 뜻으로 한 말도 나에게 유리하도록 해석하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끔씩 성찰을 할 때마다 곡해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알게 되어 놀란다. 둘째로, 너무 달콤한 말은 의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누군가의 과도한 친절은 저의를 품은 경우가 많다. 배려를 의심하는 인색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사람을 좋아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어리석어진다. 이런 까닭에 의견의 맛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려 노력해야겠다. 2
사족
얼마 전 만난 친구와 네이버 서로이웃을 맺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의 블로그에는 더욱 깊은 생각들이 드러나 있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기는 모습이 멋있었다. 더불어 매일 하는 생각들이 결국 조각나서 사라지는 것 또한 아깝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그래서 일기 쓰듯 낙서를 끄적여 보았다. 치기언이과기행(말이 행동을 지나침을 부끄럽게 여겨라), 선행기언이후종지(실천하고 나서 말해라)와 같은 말을 떠올리면 사실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들어 결국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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