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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재학교 생활기] 세금으로 할 수 있는 활동들
    낙서장 2022. 1. 31. 07:04

    영재학교는 세금이 많이 투입되어 운영된다. 영재학교의 설립 취지를 생각할 때 혈세의 대량 투입은 필연적인 것이다. 그 때문인지 입학설명회부터 졸업할 때까지 내내 혈세에 대한 정신교육이 행해진다. 사실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고등학생의 나이에 스스로 이 사실을 깨우치기란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과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교육에도 철없는 학생들(나 포함)은 낭비를 자행하고는 한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학교 컴퓨터로 롤 하기', '창문 안(못) 닫고 히터/에어컨 켜기' 등이다. 당신이 노트북으로 롤을 했더라도 학교 전기와 인터넷 망을 사용한 순간 부도덕의 덫에 걸리고 만다. 그것보다 사실 귀한 기회로 입학했으면, 합격 순간에 다짐했듯이 공부에만 전념해야 하지 않은가? 그러나 사실 인간은 그리 강하지 않더라.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기왕 낭비 좀 할 거면 효율적으로 가성비 나오게 하라는 것이다. 양심에 걸리는 일을 하면서 효용은 얻지 못하는, 마치 공부 안 하고 놀면서 스트레스받는 것 같은 모순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여러분은 영재이므로 더 좋은 방안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1. 프린터 / 제본기 활용하기
    2. 실험 기자재 활용하기
    3. 도서실에 책 주문하기
    4. 애완동물 기르기
    5. 과목 개설하기
    6. 해외 나가기 / 대회나 학회 참가하기

     

    *본 글은 믿기지 않겠지만 공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프린터 활용하기

    우선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한 것은 단연코 1번이다. 영재학교들은 다들 프린터 및 제본 시설을 무료로 제공한다. A4와 B4 용지까지 무제한 제공하는 학교도 있다. 프린터의 위치는 보통 자습실(독서실, 학습실 등등), 본관 행정 부서들이 위치한 곳의 제본실, 도서실 등이다. 프린터의 무료 제공이 개꿀인 이유는, 대학교에 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책 한 권을 인쇄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다. 등록금은 몇 백씩 받으면서 폭리는 참 너무한 듯하다.

    프린터로 하기 좋은 것 중 하나로 본인의 자료를 스캔, 복사하여 학년 전체에 유포하기가 있다. 본인은 이 방식으로 여럿 유포했고, 학원가에도 요청이 들어와 파일을 팔았다. 사실 이런 자료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시험 기간 전에 한 과목을 파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석차와도 상관없다. 인문 계열, 교양 과목 자료라도 만들면 다들 열심히 볼 것이다.

    같이 내신으로 경쟁하는 사람들에게 자료를 뿌려서 이득인 이유는, 학년 초에 (특히 1학년) 당신이 주도하면 슬금슬금 다른 사람들도 자료를 공유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료는 친한 친구들끼리 돌려보게 되는데, 한 명만 선행하면 학년 단위의 공유로 문화가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더불어 당신이 직접 자료를 요청하거나 모르는 것을 물어볼 때, 철면피 깔기도 수월하다. 그리고, 어차피 공유해도 안 볼 사람은 안 보고, 상위권 친구들은 자기 자료로 한다.

    또는 학원 교재를 제본하거나, 원서 파일을 (불법이지만) Library genesis로 구해서 제본하거나, 여러 가지로 유용하게 쓰인다. 발표 수업이라면 제발 본인 자료는 잔뜩 복사해와서 청중들에게 나눠주자.

     

    실험 기자재 활용하기

    영재학교에는 생각보다 비싼 실험 기자재가 많고, 당신의 인생에서 그것들을 다뤄볼 기회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생명 전공도 아닌데 억대의 SEM을 만져볼 기회는 오지 않는다. 화학과면 다루기 쉬운 UV-vis나 IR 같은 분광학 기기뿐 아니라 HPLC, GC-MS, IC, NMR 등등은 써 보면 좋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실험 동아리에 가입하는 것도 나름 가성비 뽑히는 선택이다. 물리과, 지구과학 등등도 마찬가지이다. 학교마다 있는 망원경, 그거 비싸다.

    물론 기자재를 써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선생님들이 반대할 것이 뻔한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너가 쓰면 망가진다
    2. 망가지면 수리비가 비싸고, 고칠 동안 다른 사람이 못 쓰고, 내가 고생한다
    3. 학교 공용 물품을 네 사리사욕을 위해 쓸 수 없다

    어차피 당신의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몇 년 다녀보면 알겠지만, 그 기기들 계속 망가지고 고치고 하더라. 영재고에서 망가지지 않는 기기는 사용하지 않은 것뿐이다. 다른 사람이 못 쓴다지만, 실험 동아리라면 다른 기기를 쓰도록 실험을 바꾸면 그만이고 R&E라면 1학년 빼고는 어차피 학교 밖에서 진행한다(대학 연구실 기기를 쓴다). 기왕 영재고 왔는데, 사리사욕 좀 채워보자.

    다만 사전에 해당 기기의 작동은 무조건 숙지하는 것이 이득이다. RTFM을 명심하자. 매뉴얼은 선생님께 조르면 보여준다. 선생님이 모르면 해당 기자재 아래 서랍을 뒤져보면 나온다. 정 못 찾으면 유튜브에 다 설명되어 있다. 당신의 개인 실험을 잘 끝내려면 적어도 한 번 사용으로는 망가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조작을 익힐 필요가 있다. 그리고, 측정 기기라면 측정범위를 잘 보자. 예를 들어 분광학 기기라면 특정 농도 범위에서만 측정이 유효하고, 그 이외에서는 의미가 없어진다. 기왕 써먹는 거 사용법도 배워두자.

    기자재를 활용하여 개인적인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R&E는 보통 팀플이고, 당신의 의견을 모두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적인 실험을 한 경험은 (데이터만 잘 가지고 있다면) 학교에서의 발표 수업을 날로 먹을 수 있고, 여러 캠프에 참가하는 데 큰 플러스 요인이 되며, 대입 자소서에 활용하기에도 너무나 달달한 소재이다. 필자의 경우는 개인 실험을 진행한 후, 실험 매뉴얼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논문 형식을 베끼면 된다) 교무실에 뿌렸다(프린터 활용). 이 경우는 실제로 일부 화학 선생님의 눈길을 끌어서, 수업에 사용하겠다고 하시며 앞에서 시연해보라고 하셨다. 얼마나 대입 자소서 스토리로 완벽한가. 나는 못 했지만, 글을 읽는 똑똑한 독자라면 (필자처럼 분석화학실험 교재에서 베끼지 말고) 스스로 기존 실험에 "학생다운" 변형을 가하여 아예 새로운 실험 매뉴얼을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이를 낮은 수준의 저널에 (특히 교육 학회지) 해당 저널의 양식대로 편집하여 보낸다면, 운이 좋으면 실어줄지도 모를 일 아닌가? 남들이 R&E 보고서 정도나 참고자료로 제출할 때, 대학에 본인 논문을 보낸다면 얼마나 유리할지 생각해보라.

    "내가 쓴 허접 논문이 정말 등재가 될까?" 하는 고민은 접어두라. 예시로 보여주겠다(열람 권한이 없다면 sci-hub에 링크를 넣으면 잘 작동할 것이다). 예시1은 렌츠의 법칙을 어떻게 시각화할지에 관한 논문이다. 물리 교육에 관한 외국 저널에 실렸으며, 내용을 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할 것이다. 물리 좀 한 학생들이라면 자신만의 전류, 자기장 표시 방법은 개발할 만하지 않나? 2018년도 논문임에도, 한국의 학생들은 상고시대부터 쓰던 표기법과 매우 유사하다. 예시2는 제목 그대로, 물체에 쌓인 전하의 종류를 판단하는 실험적 방법을 논한 논문이다. 멀티미터, LED 등 매우 단순한 방법이며, 양적 측정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래프도 하나 없는 2페이지짜리 논문이다. 하지만 등재되지 않았는가. 예시3도 예시1과 비슷한 것으로, 전하의 종류와 세기를 노트에 필기하는 색다른 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우리가 +++, --- 식으로 표시하는 그거 말이다. 저자는 중성 원자는 *로, 분극된 원자는 +에 빗금을 더하는 식으로 표시하면 조금 더 알아보기 쉽다고 설명한다. 2017년 논문치고는 별거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내가 특정 저널 하나에서만 조사해도 이런 식이다. 특히 "학생다운" 변형을 하여 실험 방법을 바꾼다면 (질적인 개선은 없더라도) 등재되거나 최소한 소논문 대회에서 입상하기 유리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학생다운" 변형의 예시는 이런 식이다.

    아이오딘 시계 반응. 아이오딘과 녹말 용액을 섞으면 농도에 따라 특정 시간 이후에 색이 바뀌는 반응인데, 전기분해를 하면 즉시 색이 변한다. 9V 전지만 연결하면 I-이온이 바로 산화/환원 반응을 거쳐 녹말과 결합하여 색을 내는 것이다. 이 실험을 "학생스럽게" 고친다면 전지의 한쪽 극을 펜처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종이는 녹말+KI 용액으로 적시고, 아래에 알루미늄 포일을 깔아서 다른 쪽 극에 연결하면 금속의 "펜"이 닿은 곳마다 색이 바뀔 것이다.

    이 실험은 당연하지만 이미 있는 거다. 난 창의적이지 못하지만, 당신은 창의성을 발휘해서 먹힐만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보라.

    이런 아이디어를 초등/중등 교육에 활용하여,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산화 환원 반응을 배우도록 유도하기에 좋을 것 같다고 쓴다면 교육학회지에 먹힐 것 같다고 본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교육 봉사의 기회를 통해서(어차피 졸업하려면 봉사 시간을 채워야 한다) 적용까지 한다면 금상첨화일 테고. 당연히 위의 예시는 이미 있는 내용이고 외국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므로 따라 하지는 말고, 비슷하게 해 보라는 제안이다.

    아니면 기기 사용 매뉴얼을 실전 요약판! 느낌으로 만들어서 학교에 배포해도 좋을 일이다. 이미 선배들이 다 했다면 유감이다.

     

    도서실에 책 주문하기

    사람들이 잘 모르는, 영재학교에서 예산이 넘치는 곳은 도서실이다. 적어도 필자의 학교에서는 돈이 남아돌아서 그 비싼 책 소독기를 구매하였고(1년간 쓰지 않았다, 졸업 이후엔 쓰였기를 바란다), 매달 엄청난 상품을 내걸고 독서 퀴즈와 행사를 진행하였다. 이는 학생들의 독서 증진을 위하여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다시 말해서, 도서실에 신청 도서를 말한다면 거의 무조건(만화책 등 '금서'가 아니라면) 구매해 줄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저널까지도 구독을 요청했다. 솔직히 영재고인데 네이처 셀 사이언스 정도는 들어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간 소설, 교과서, 원서 등등 원한다면 다 요청해보라. 그렇다고 읽지도 않을 책을 굳이 신청할 이유는 없다. 사서 선생님도 사람인데 우리가 쓸데없는 일을 요청한 것이 되지 않을까. 본인이 나온 학교에서는 (난 아니다) 누가 '피네간의 경야'도 신청했던데, 두 페이지는 넘겼을지 의문이다.

    더불어 영재고의 교내 수상 가운데 가장 얻기 쉬운 것이 다독상이니, 가능하면 노리는 것이 개꿀이다. 다독상 하나는 보잘것없지만, 5학기(반영되는 3-1학기까지) 내내 다독상을 받았다면 책을 좋아하는 서울대에게 어필하기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애완동(식)물 기르기

    영재고에서 길러지는 동식물은 생각보다 많다. 가끔 애완동물 붐이 불기도 하는데, 개인이 기르기보다는 반이나 동아리 차원에서도 많이 기르는 것 같다. 생물학도라면 제브라피시나 가재, 애기장대를 길러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포유류 레벨은 좀 민폐이고 키우다가 내신을 망치기 십상이니 피하길 권한다. 생물학과 면접 때 교수님께 경험을 말해본다면 꽤 귀엽게 봐 주실 것 같다. 힘든 영재학교 생활에서 애완 생물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보자. 내 친구들은 고구마나 양파도 취미로 기르고 그러더라. 위의 예시들도 실제로 기른 생물들이다.

     

    과목 개설하기

    영재학교 학칙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6명 이상이 해당 과목의 개설 요건이다. 특정 영재고처럼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의 개설이 쉬운 학교도 있지만, 사문화되었더라도 요구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이 경우 다른 친구들의 동의와 지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이러한 제도가 시행 중인, 혹은 시행되었던 사례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관련 분야의 교사가 방학 동안 해당 분야를 공부해서 수업을 준비하거나, 교수님께 의뢰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재학교 재학생이라면 생각보다 과목 선택의 자유가 적다는 것을 느낀 적 있을 것이다. 개설되는 수업들은 뻔한 개론, 기초 학문에 한하는 데다가 어차피 대입을 위해 준 필수로 여겨지는 과목(특히 수학)은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듣고 싶은 강의가 있다면 학교에 요구해 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교사들은 최대한 학생을 도우려 한다. 행정적 편의를 위하여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분들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학생회가 활발한 영재학교 특성상 자치 제도를 통하여 정식으로 과목 개설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간판 값 활용하기

    힘들게 들어간 영재고, 간판 좋은 덕 좀 보자. 영재학교 재학자는 경험적으로 대회, 학회, 캠프 참가에 무척 유리하다(필자의 주관과 bias가 듬뿍 들어감). 서류점수에서 일단 가산점을 받고 들어가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가령 아무리 개판으로 연구를 해놔도 지역 전람회 입선은 하는데, 그렇다고 대충 연구하란 소리는 아니다. 대학도 이런 경향을 다 아니까. 학벌을 살리는 방법들이 몇 가지 있다.

    1. 민간 장학금 신청하기
    2. 캠프나 대회, 학회에 참가하기 (해외면 더 좋음)
    3. (해외) 교수님께 컨택하기

    민간 장학금의 대표적인 것이 한성 손재한 장학회이다. 고등학생이 실력만으로 받을 수 있는 장학금 중 가장 금전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다. 일천만 원이면 매우 큰돈이다. 보통 이러한 장학회에서 친목도 다질 수 있으므로(합법적으로 실컷 놀기 좋다는 뜻) 더욱 이득인 부분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장학 제도가 있으니, 궁금한 사람은 더 찾아보라.

    한성 장학금을 타려면 기본적으로 1학년 1학기부터 높은 등수를 종합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학년 시기의 성적으로 선발하여 2학년에 친목 모임도 하고 놀기 때문이다. 첫 시험(중간고사 혹은 중요 수행평가)에서 5등 안에 든다면, 하향 곡선이더라도 일단 '공부 잘하는 애' 꼬리표가 붙어 더욱 유리하다. 한성 장학회는 각 영재학교에서 '0차' 선발을 내부적으로 하는데, 보통 석차순으로 XX명까지 자른다. 당신이 최상위권이면 금시초문이더라도 알아서 학교가 알려줄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재학교의 경우 (실제 이름값과 무관하게) 일괄적으로 n명을 선발하기도 하므로, 지방의 영재학교 혹은 신생 학교라면 유리한 면도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성비가 이공계 장학금임을 감안할 때(그리고 영재학교 재학생들의 평균 성비를 감안할 때) 이상하게 정상적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또한 수과학을 단순히 잘하는 학생이라고 뽑히지 않고, 석차는 일정 등수 이상이면 의미가 적은 느낌이다. 그냥 결과적인 경향성이 그렇다는 말이다. 노벨상에 진심인 곳이니 운 좋게 해당 등수에 들어간다면 열심히 어필해 보자.

    영재학교는 해외의 학교와 교환학생 제도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데, 잘 알아보면 생각보다 가기 쉽다. 우선 학생들은 학기 중의 내신 손실이나, 방학 중의 학원 손실을 고려하여 잘 가려고 하지 않기도 한다. 둘째, 영어 등 외국어를 대충 구사하기만 해도 큰 가점을 받는다(생각보다 영재들의 외국어 LC실력은 처참하다). 셋째, 그냥 롤 하느라 작은 모집 공고는 못 보는 사람이 많다. 고등학생 수준의 학회나 발표회 등도 마찬가지이다.

    영재학교는 전통적으로 2학기에 해외로 연구활동을 나가거나, 수학여행을 가거나, 단체 캠프를 가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코로롱의 영향으로 후배들은 당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또 이 글을 읽는 코로롱 이후에 2학년을 보낼 분들은 해외로 가기 무척 쉬울 것이다. 필자처럼 학원 간다고 빠지는 행동은 무척 바보 같은 짓이라는 사실을 말해두고 싶다. 더불어, 정말 기회가 된다면 해외의 교수님과 컨택하여 연구 활동을 진행하는 것도 좋다. 해당 활동이 제도화된 곳도 있고,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연구 주제와 함께할 친구들, 연구 활동에 영끌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무작정 이메일이라도 잔뜩 보내 보길 바란다. 어차피 제도화된 곳에서도 그런 식으로 컨택하기 때문이다. 학교가 거창한 이름을 (주로 영어로) 붙여서 제도화하고, 학점을 인정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영재학교들, 신생이 많아서 계속 제도가 바뀌며 개선되는 중이다. 제도화가 되었다면 아마 상당 부분의 경비를 (특히 비행기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가서 쓰는 용돈만 사비로 마련하면 거의 공짜로 외국 여행을 즐기고, 학술 교류도 하고, 스펙도 쌓고, 외국의 과학도와도 친구먹을 수 있는 것이다. 나처럼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도 아직 몇 명의 외국인 친구들과 연락하고 지내니, 정말이지 개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활동들이 왜 네임벨류를 이용한 것인지 모른다면,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라. 당신이 잘 모르는 국가의(예를 들어 동남아 어느 나라) 고등학생의 자소서, 혹은 신청 메일을 받았다. 당연히 처음 듣는 학교 이름이고 발음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영문 명칭이 ~Science High School이라면 "아, 어디 과학고구나" 하고 친근감을 느끼고, 일단 호감이 가지 않을까? 외국도 다 비슷한 제도가 있다. 일반고 학생이 신청하는 것보다, 영재학교나 과학고 학생이 (가능하면 자신의 R&E 성과 등과 함께) 적절한 루트로 신청한다면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경험으로는 비슷한 학회나 캠프에 간 경우, 외국 학생들도 과학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상으로, 세금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과 그 활동이 (내신 공부보다) 이득일 수 있는 이유를 장황하게 적어 보았다. 물론 위의 내용을 다 무시하고, 그냥 성적 잘 받고 대학 잘 가도 수능을 안 보았으니 그냥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재미는 없지 않을까? 영재학교 학생으로서 받는 특권은 훌륭한 대입 실적이 아니라, 재미와 입시를 둘 다 잡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내용은 부족한 필자 본인이 공개할 수 있는 일부만을 적었다. 본인이 생각하지 못한 것, 공개하지 못한 것도 독자라면 충분히 찾고, 해볼 수 있을 것이다. 3년은 무척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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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772 / 조화급수처럼 한 걸음씩 꾸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