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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학교 생활기] 의대 진학의 유불리낙서장 2022. 1. 31. 04:36
영재고를 재학/졸업한 후 의사의 꿈을 갖게 된 비운의 사람들을 위한 글
서론
졸업 후에 고등학교에 대한 기억은 빠르게 사라지고 미화되는 모양이다. 내 정신건강에는 이롭지만 글쓰기에는 도움이 안 된다. 고민 끝에 두 글은 공개로 전환하였다. 세 번째 공개 글이 이것인데, 쓰기 참 어려울 것 같다. 논란도 많고, 나 또한 죄인이기 때문이다.
일단 필자는 영재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하여 의대에 현역으로 입학하였다. 수능 최저 없는 학종 전형(수시)으로 몇몇 의대에 합격했으며, 그중 하나에 진학하였다. 당연히 이 글만 믿고 입시를 진행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재미 삼아서만 읽어보아야 하는 글이며, 절대 어떠한 의도도 없고, 일기와 같이 쓴 글일 뿐이다. 정말 무슨 목적이 있다면 현행 입시 체제의 개선과 학생들의 고통 감소라는 공익을 위한다는 것뿐일 것이다.
우선 하고 싶은 말은, 영재학교의 합격 발표가 나기 전에(3차를 보고 난 후가 가장 좋을 것 같다) 자신이 의치약한 등으로 진학할 것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조언한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당시 화학과에 진학하여 평생을 연구에 바치겠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아, 혹시 수의대를 희망한다면 상관없다. 적어도 2020년 기준으로는 수의대 진학을 학교에서 추천하기도 했다. 반대하는 학교가 있더라도, 그만큼 장벽을 넘기는 쉬울 것이고 불이익도 적을 것이다.
만일 영재고 진학이 메디컬 계열의 입시에 무조건 이득이라면 이런 고민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불이익이 있다. 다만 일정 조건을 만족한다면 훨씬 편하게 대입을 치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고민은 의미가 없다
그렇지만 솔직히 고민을 해보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중3의 꿈이 얼마나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결국 고3 때 꺾였다. 그래서 3월에 학교 선생님들께 상담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멍청한 짓이었다. 일단 여러분은 적어도 필자와 같은 소수는 중학교 때 의대에 대한 생각이 1도 없더라도, 몇 년을 보내면서 꿈이 바뀌는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 첫 해에, 상당한 수의 영재학교 졸업생이 반수를 하였는데, 서울대생도 많았다. 서울대생의 반수에서 짐작하듯이, 반수의 상당수가 의치약 등을 목표로 하였다. 적어도 졸업 동기의 과반은 서울대인데 반수를 준비하였거나 / 의대 반수 상담을 하였다. 의대 진학이 정답이고, 순수과학은 글러먹었다는 류의 소리가 아니다. 절대 오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단지 졸업하여 목표하던 학교에 진학하였음에도 꿈이 바뀌는 경우가 생각 이상으로 존재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의대 입시 불이익? 의미가 없다
어째서 영재고 진학이 의대 진학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이야기하기에 앞서, "불이익"들을 살펴보자. 어쨌든 나는 죄인이고, 장학재단에서 1000만 원을 받았음에도 이를 다 토해내고 자연과학과 이별한 사람이다. 결코 자랑할 일은 아니다. 반성해야 한다. 그렇지만 최근 영재고 의대 입시에 변화를 준 이후로, 의대에 진학하는 후배의 수가 줄었다고 들었다. 나는 이것이 그리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나는 (현재의 의대 입시 정책의 변화로) 영재고 의대 진학자 수의 감소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에서 영재고에서 의대 가기가 편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현재(2022, 2023학년도)의 입시 정책만으로는 의대로 진학하는 학생의 마음을 돌려놓을 유인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뉴스 기사에 따르면, 한과영을 제외한 영재학교들이 시행하는 정책은 다음과 같다.
- 장학금 회수
- 진학 지도 미실시
- 대입 추천서 제외
- 생기부에서 학점 누락, 석차만 기록
- 기숙사 및 독서실 이용 제한
- (기사에는 없으나) 과목 세특 일괄 삭제
마지막 항목은 기사에는 없으나, 필자가 겪은 "불이익"이므로 기재한다.
한과영만이 시행 중인(2013년부터) 졸업자격 박탈을 제외하면, 리스트의 6개 항목은 실질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불이익이다.
먼저, 장학금 회수는 제한적인 효과만 있다. 블로그의 다른 글에서 영재고 다니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고 썼지만, 실제 학생들의 지출은 상당한 편이다. 그 이유는 학원비로 달에 몇백의 돈이 쉽게 빠지기 때문이다. 지방 영재학교에 진학하지만 서울의 학원에 다니는 대다수의 수도권 출신자들은 교통비로 또 상당한 돈이 빠진다(주말마다 고속철도 왕복 비용이 든다). 정말 소수의 학생을 제외하면, 장학금 회수 정책으로 이미 결심을 굳힌 학생이 진로를 돌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진학 지도 미실시는 의미가 없다. 학교의 진학 지도는 학원만 못하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사실'은 역대 졸업생들이 어떤 대학의 어떤 과로 진학하였느냐 여부이다. 이 정보는 선배, 학부모 모임, 학원을 통하여 쉽게 알 수 있다. 학원이 제공하는 정보의 신뢰성은 믿을 수 있다. 학원은 최선의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데, 굳이 너무 낮은 대학/학과를 추천하거나 우주 상향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학교는 제공하지 못하지만 학원은 제공하는 정보가, 입시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학생들이 어느 과를 지원하고 있는지, 예비 번호가 어디서 끝날지 여부이다. 입시 상황에서는 여러 영재학교/상위권 일반고의 상황을 모두 가진 학원의 추측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정보보다 우월한 경우가 많다.
여러분이 중학교에서 진학 및 진로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과연 그 교육이 의미 있었는지 되돌아 생각해보라. 영재학교의 교사분들이 훌륭하지만, 일반적인 고등학교의 교사였던 분들이 잠시 머무는 곳이 영재학교이다. 중학교에서 받았던 진로 교육과 차원이 다른, 엄청난 특혜의 진학 지도를 기대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은사님들이 살신성인으로 고3 학생들의 상담을 진행하시고, 자소서를 봐주시는 것은 사실이지만, "입시는 성적순"이라는 경향성을 벗어나는 사례는 드물다. 또한, 자소서 상담을 열심히 받아놓고는 친구들과의 스터디에서 다시 뜯어고치는 경우가 매우 매우 많다. 불안한 입시 속에서 전문가인 교사와, 비싼 학원 컨설팅보다 또래 학생들의 의견에 크게 휘둘리게 된다.
대입 추천서는 어차피 의대 진학에 영향이 없다. 추천서를 요구하지 않는 학교가 있고, 요구하는 학교더라도 단서조항이 달린다. 중학교 시절 선생님이나 이미 학교에 계시지 않지만 과거 나를 지도하였던 교사, 나를 잘 아시는 어른, 연구 활동을 담당하신 교수님... 추천서를 받을 수 있는 분들은 무척 많다. 게다가 필자는 추천서를 요구하였으나(없으면 탈락이라는 말은 없었던 것 같다) 제출하지 않은 학교의 서류전형에 합격하였다.
생기부에서 학점 누락은 일견 타격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자. 수능 최저 없이 진학 가능한 의대는 전부 비 의학 계열 학과에도 영재고 진학생이 있다. 어차피 수도권 상위 학교들이기 때문이다. 해당 학교의 입학사정관이 내 출신 학교의 학점별 석차 분포를 정말 모를까? 참고로 'ㄱ'대학에서는 아예 입학설명회에서 각 영재학교별 학점의 평균, 표준편차, 중앙값 그래프를 보여줬다. 모 영재학교의 학점 인플레이션 정책을 이미 알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블라인드 채점이라고 하더라도, 각 영재학교별로 너무도 명확한 과목/비교과 특색이 있으므로(영재학교는 학점제이며, 학교마다 과목의 이름이 조금씩 다르고, 수강 인원이 다르다) 어차피 당신이 어느 영재고를 재학/졸업하였는지 잘 안다.
기숙사 및 독서실 이용 제한... 정말 할 말이 없다. 기숙사에 못 들어가면 근처 숙박시설에 방을 잡으면 그만이고, 독서실을 이용 못하면 스터디 카페를 쓰면 그만이다. 당신이 의대 진학을 하겠다는 것을 1학기 말에 밝히더라도 한 학기만 참으면 된다. 그리고 영재고의 의대 입시에서는 공부할 일이 적다. 또한 영재학교 고3의 독서실(자습실, 학습실)과 기숙사가 얼마나 시끄럽고 담배와 술, 도박의 온상이 되는지는(적어도 남자의 경우에 한함) 어차피 다니면서 직접 볼 것이다.
따라서 기사에서 언급하는 2022학년도 영재학교 신입생부터 적용된다는 위 조항들은 모두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강산의 짝염기 같은 느낌이랄까...
필자의 경우, 당연히 2022학년도 신입생이 아니지만 기사에서는 소개되지 않은 "불이익"이 있었다. 이것은 실제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과목별 세특 일부가 삭제되었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 의대에 지원한 동기들은 합격하였다. 따라서 대학에서도 세특이 부족함을 지원자 개인의 실력 부족으로 단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측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추측에는 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우선, 세특이 중요한 이유는 영재고의 세특은 일반고의 그것과 달리 매우 길고 자세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대입에 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세특이 부족한 경우는 1) 당신의 성적이 낮아서 교사가 쓰지 않았거나(A가 아니면 쓰지 않거나, A+이 아니면 쓰지 않는 교사들도 있다) 2) 성적은 높지만 개차반으로 행동해서 교사들 사이에서 평판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학기의 세특의 수정은 까다롭다. 원래 생기부를 바꾸는 작업은 복잡한 절차를 요구한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대입에 직결된 문서를 아무리 교사라도 개인이 멋대로 고칠 수는 없다. 그럼 편애 혹은 뇌물에 따른 비리가 쉬워지지 않겠는가? 학교장 결재 레벨은 가야 한다(교장이 도장 찍어야 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바쁜 입시철에 이러한 절차는 시간을 소요하며, 정말 마지막에 (엑셀로 최종 진학 희망 학과를 적어낼 수준, 정말 원서 써야 하는 시기) 밝힌다면 학교에서 1학년, 2학년 당시의 세특을 고치기란 매우 힘들 것이다. 필자는 3-1학기 초에 말했음에도 1, 2학년 세특은 삭제되지 않았다. 3학년의 일부 과목의 세특만이 일괄적으로 삭제되었다. 성적에 비하여 세특이 줄어드는 변화가 있었을지 모르나, 성적은 허위로 기재되지 않았고 당 학기 세특의 수정은 내가 알 방법이 없으니 제외한다.
어차피 반수가 있다
영재고에서 의대에 지원하는 사람의 수가 감소한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의 둘째는, 앞에서도 말했듯, 영재고 및 과학고 진학자들 중 상당수가 (코로나의 반수 열풍과 함께) 메디컬 계열의 반수를 시도하였다. 성공 여부는 차치하고 실제 졸업생들에게 반수라는 길이 존재한다는 것은 결코 부정하기 어렵다.
영재학교에 부정한 목적으로 입학하는 것은 인재의 교육 기회를 빼앗는 비도덕적인 행위이다. 대입 후 반수 역시 이러한 쟁점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서울대학교는 인재를 위한 교육의 기회가 아닌가? 국립대이므로 보조금을 받지 않는가? -IST류의 과기대들은 사실상 무료로 학교를 다니지 않는가? 그러나 매년 메디컬로의 반수자는 발생한다.
나는 결코 반수 하는 학생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불법이 아니라면 이 정도의 선택은 권리라고 생각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 영재고 입학, 바로 의대 진학
- 영재고 입학, 자연/공대 진학, 의대 반수
나는 공리주의 관점에서, 1번 케이스로 바로 가는 것이 그나마 학생 개인에게도 차악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영재고 학생들, 더 나아가 모든 고등학생들은 진로를 숙고할 기회가 주어지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과를 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필요하게 학교의 졸업 제약을 회피하려 2번 루트로 의대에 진학하는 모 영재고 학생들, 또는 영재고에서의 세뇌에 가까운 진학지도를 받다가 대입 후 진로를 바꾸어 개인과 사회에게 모두 비효율적인 상황이 되는 경우... 이런 사례는 이제 줄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
왜 영재고가 의대 입시에서 편안할 수도 있는가
이제 여러분들은 왜 현행(2022학년도 영재고 신입생) 입시 제도에서 영재고에게 주어지는 불이익이 크지 않은지 알았을 것이다. 첨언하자면, 각서 쓰는 것도 의미가 없다. 미성년자가 쓴 채무 각서 본 적 있나? 도덕적 의의가 있지만, 중학교 시절 쓴 각서를 어겼다고 불법은 아니다. 그리고 정말 마음이 바뀐 경우(나와 내 친구들처럼)도 있으니...
장점을 보자. 무엇보다 영재고는 의대 입시의 지름길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고 생각한다. 위의 불이익도 절대 좋은 건 아니므로, 다들 잘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조건을 만족한다면, 의대 입시는 나름 편한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조건을 보기에 앞서, 정부와 국민 여론, 영재학교의 입장에서 영재고 학생의 (적어도 현역) 의대 진학은 큰 논란이다. 그러나 의과대학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모 과기대 입학설명회에서 의대 신설 (결국 안되고 메디컬 센터 정도로 끝났지만)을 내세우며 광고하는 모습. 의대 교수님과 사석에서 솔직히 과고 영재고 애들이 생리학 성적이 잘 나온다며 말하시던 모습, 적어도 필자 고등학교의 선배들은 모두 본과 싱글인 사실. 정부와 여론의 압박에도 일부 학교는 최저 없는 전형을 유지하고, 특기자 전형이나 논술 전형 등을 소수라도 유지하는 모습.
대입을 준비하는 영재학교 학생이라면 정말 깊이 생각해보자. 사람을 뽑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의과대학 의예과의 커리큘럼을 보면 알겠지만, 자연계열 대학의 과목들을 압축한 형태이다. 영재고와 과고 졸업자는 시험공부를 하지 않아도 A+이 나오기도 한다. 일부 수도권 의과대학에서는 신입생들에게 물/화 등의 기초 과목에 한하여 사전 시험을 치러, 해당 과목을 수강할 의무를 면제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그 의과대학 재학자의 상당 비율이 과고 및 영재고 출신자가 아니라면 이상할 것이다.
- 전 학기에 성적이 가급적 안정적으로 상위권(못해도 20등 이내*필자의 사견임*)일 것
- 재학 중인 학교가 모 학교처럼, 극단적으로 의대에 부정적이지 않고, 일부 인정하는 분위기일 것
- 재수할 각오가 있을 것
- 수학을 꽤 잘할 것 (수리논술 안정권)
- 설의가 아니어도 만족 가능할 것 (의대면 된다 마인드)
2번 항목에 대하여, 일부 인정하는 (조금 "유연한" 분위기의) 학교는 구체적으로, 1) 졸업 유예 등의 초강수가 아니고, 의대 현역 진학이 가능한(윗 학년에 사례가 있는) 경우, 2) 적어도 소수의 교사라도 의대 진학을 반대하지 않거나, 3) 영재고에서 나가서 다른 일반고에 계신 선생님이 추천서를 써 준 사례가 있는 경우, 4) 의대에 지원한다고 신체적 폭행/체벌/욕설 등은 하지 않는 경우 등등이 있다. 졸업을 취소하거나 유예하면 그냥 반수 해서 의대를 가는 것이 낫다. 어차피 현역으로는 진학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나머지 경우는, 적어도 한 분만 내 편이 있으면 된다. 내 편은 '그래, 솔직히 네가 원하는데 정 그러면 써 봐라' 같은 교사의 의견을 말한다.
1번 항목과 5번 항목은 재학 중인 영재고와 시대 흐름에 따라 좌우됨을 알면 좋겠다. 선배들의 입시 케이스를 보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의대 진학자의 사례는 학원 가면 잘 알려준다).
4번 항목의 경우, 재수의 부담을 줄여주며 Y대 입시의 경우, 수학 문제를 푸는 특기자 전형을 통해 최저 없이 진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글을 읽는 시점의 입시 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필자의 경우는 Y대를 위한 수학 공부를 제외하면, 인성 면접 준비를 빼고는 고3 1년 간 할 일이 없었다.
5번 항목의 경우, 지균, 학교장 추천, 정시 등을 쓰기에 여의치 않은 영재고 입시 특성상 불리하기 때문인데, 굳이 설의가 아니더라도 빅5의대 등등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행스럽게도 수능최저가 없는 의대는 수도권 의대이므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느낌이다.
재수할 각오는 무조건 있어야 한다. 당연히 수능을 보지 않고 수도권 상위 의대만 수시를 넣었는데 리스크가 크다. 본인 역시 정말 운이 좋았을 뿐이다. 영재고에서 의대를 지망하는데 안정권 같은 개념은 없다. 수능 준비 안 하는 대신 업보를 받아야 한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사실 수시의 합격 여부가 나오기 전에 (수능을 보지 않더라도) 수능 준비를 하는 것이 맞는 길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본인도 고3 전부가 놀 때(영재고는 수능을 보지 않는다) 수능 문제집 풀고, 재수학원 검색하고 있었다.
사족
강심장이라면, 그리고 운 좋게 성적이 잘 나와서 학원 피셜로 1차(서류 전형)는 안정이라는 말을 듣고, 재수할 각오가 있다면 의대 입시는 편안할 것이다. 놀아도 상관없다. 어차피 인성 면접뿐인데 합격 여부에 큰 의미가 없다. 물론 이건 다 끝난 입장에서 편하게 하는 소리이긴 하다. 이론상 그렇다는 것이다.
사족의 사족
본인은 선택을 반성하고, 아직도 동창 동기들 앞에서 대입 이야기는 먼저 못 꺼내고, 현실에서 이런 이야기는 꼭꼭 숨기고 살아간다. 그렇지만 어쩌다가 영재고에 진학했다가 모순된 진로로 고생하고 있을 후배들은 너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모순의 바닷속에서 허우적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의대 문제뿐 아니라 과기대들이 (저렴한 학비로) 학부 유학이나 일부 극소수 학생들의 반수를 위한 기착지 역할을 한다는, 알 사람은 아는 괴담들... 정상적인 입시가 아니다. 높으신 분들과 능력 있는 분들이 개선해 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난 이 문제에 끼어들 자격이 없다. 그리고, 의대 진학할 결심을 한 영재고/과고 분들은 유튜브에서 다큐 3일, 극한직업 등에서 의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 선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어차피 인성면접 대비도 할 겸 보면 이득이다). 피부과, 성형외과 티오 한두 자리이다. 영재고 1등을 못했는데 피부과 전문의를 기대하는 것은 좀 비현실적인 것 같다. 어차피 응급 상황, 목숨에 대한 압박감은 받아야 할 확률이 높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감히 환자 앞에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친구들 사이에선 맴도는 것 같다. 생각보다 휴학과 전과가 있는 학과다. 자연대/공대를 버리고 힘든 길을 택했다면 최악을 가정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잘난 것 하나 없는데 이런 소리 해도 되나 모르겠다. 이 글 과거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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