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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재학교 생활기] 그럴싸한 R&E 1편_주제잡기
    낙서장 2022. 2. 3. 03:58

    R&E는 모든 영재학교와 과학고에서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일 년의 기간 동안 하나의 주제를 잡아서 팀플의 형식으로 연구를 하게 된다. 연구를 처음 하고, 기반 지식도 전무한 상태에서 그럴싸한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1학년 R&E를 잘하면 내내 잘 써먹을 수 있고, 비교과 고민은 조금 덜어도 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최소한의 투자로 평균 이상의 결과를 얻는 방법을 소개한다.

    *앞으로의 모든 글은 같은 팀이 된 팀원 간의 관계가 원만하다는 전제를 담고 있습니다*

    *예시는 화학 R&E를 기본으로 하지만,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적용하여 성공한 선례가 충분합니다*

     

    분야는 속전속결

    마음 맞는 팀을 빠르게 정하고, 분야를 빠르게 정해서 지원서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팀 활동인 만큼 무임승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잦으며,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1학년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 중요한 것은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이 상위권만 아니면 된다는 점이다. 상위권, 특히 최상위권이 무임승차하는 경우 당신은 완벽한 그의 생기부에 날개를 달아주는 부스터로 사용될 것이다. 이런 경우는 교사의 편애 경향으로 학교의 지원 및 시정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정치질과 가성비 R&E로 선회하는 편이 유리하다(너무 공을 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실험에 주제를 맞추기

    주제를 잡는 데 많은 시간을 쓰면 안 된다. 주제를 정하는 것이 시작인 만큼, 늦게 정할수록 연구가 미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이 정상적으로 끝마칠 수 있는 주제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제대로 된 주제를 잡지 못하면 이리저리 시도하다 결국 다른 주제로 선회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보통 학교에서는 선행 주제들을 참고하도록 하는데, 전국 과학전람회 홈페이지에서 역대 수상 목록을 뒤져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할당된 R&E 시간에 이미 연구가 되고, 상까지 받아서 베낄 수도 없는 보고서들만 읽다가 시간을 날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는 다르게 가야 한다. 우선 적절한 실험을 찾아야 한다. 주제를 잡고 실험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거꾸로 실험부터 정하고 주제를 끼워 맞추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주제이더라도 검증할 실험이 불가능하다면, 우리가 할 수 없다. R&E는 매우 적은 예산과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되는 연구이므로, 가능한 실험이 무척 제한적이다.

    적절한 실험은 교과서보다 유튜브에서 찾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교과서의 실험은 이미 써먹을 데로 써먹은 실험이 많다.
    2. 유튜브에서는 매우 상세한 디테일을 제공하므로, 연구 기간을 상당히 단축한다.
    3. 유튜브를 검색하는 것이 책을 뒤적이는 것보다 빠르다.

    한국 유튜브 계에는 적절한 실험이 거의 없고, 있다고 해도 외국의 것을 베껴온 경우가 대다수이다. 우리는 영어로 검색해야 한다. 다양한 유튜버들이 있지만, 화학 실험의 경우에는 NileRed가 적절하다. 이 사람의 채널에는 20분이 넘는 긴 영상들이 많은데, 이러한 장기 프로젝트 중 재료와 기기를 당신이 사용할 수 있다면 적절한 실험이라 할 수 있다.

    나무를 투명하게 만드는 법, NileRed

    적절한 예시를 하나 가지고 왔다. 이 동영상은 나무를 투명하게 만드는 프로젝트에 관한 것이다. 이 동영상이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명확한 결과물을 제시할 수 있다. 이 실험의 경우 투명하게 변한 나무가 유일한 결과물로,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추후에 전람회 등에 참여할 것을 가정한다면, 탁자 위에 놓을 수 있는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것이 이상적이다.

    둘째, 자연 재료를 사용하였다. 이는 어떻게든 환경에 이어 붙일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실험을 주제화하여, 적절하게 포장하는 것이 목표이다. 포장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환경(ESG), 전통, 융합, 참신성 등이다. 참신성이나 융합은 손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말 뛰어난 결과(학계에 제출할 만한 결과)를 낸다면 다 필요 없지만, 가성비를 따진다면 환경과 전통이 가장 잘 먹힌다. 특히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이 이슈인 요즘은 환경이 써먹기 개꿀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성공과 실패가 연속적이다. 영상 속 나무는 유리처럼 투명해진 것이 아니다. 당신이 실험을 한다면 높은 확률로 영상의 결과물보다 나쁠 것이다. 만일 성공과 실패가 명확한 실험을 한다면, 실패하였을 때 포장할 방법이 없다. 예를 들어서, 바나나를 활용한 폐식용유의 정화를 연구한다고 하자. 실험 결과 정화가 전혀 되지 않았다면, 더 이상 포장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해당 영상에서는 실험의 첫 단계부터 나무의 색이 하얗게 변하면서 투명해지는데, 이는 최소한 어느 정도의 성공은 보장되어 있다는 뜻이다.

    위 동영상 외에도 여러 좋은 영상이 유튜브와 인터넷에 퍼져 있을 것이다. 당신은 위의 기준들을 만족하는 것을 잘 고르기만 하면 된다.

     

    표절을 전략적으로 회피하기

    이제 실험을 선택했다면, 이를 주제로 만들어야 한다. 해당 실험(혹은 질적으로 유사한 것)을 활용한 주제는 이미 분명히 있고, 대회에 출품되었을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이미 발표된 주제를 최대한 회피하면서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것이다. 확인해야 할 사이트는 당신의 학교에서 잘 알려줄 것이다. 예시로 전국 과학전람회(전람회 통합검색),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 화학 탐구 프런티어 등등이 있다. 기존의 수상작 및 출품작(가능하다면) 가운데 당신의 주제와 유사한 것이 있는지 정리하고, 그것과 다른 방향으로 주제를 수정하면 된다.

    그러나 이것이 어려운 경우가 존재한다. 그런 경우 같은 주제에서 재료를 다르게 바꿀 수 있다. 가령 폐지를 활용한 연구가 있다면 나무로 바꾸고, 나무를 활용한 연구가 있다면 당신은 여러 종류의 나무를 쓰면 되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연구의 재료를 다양하게 하여 비슷한 연구를 출품하면 개꿀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구글 학술검색을 활용하여 한국어 및 영어 논문 가운데 당신의 주제와 비슷한 것이 있는지 확인해본다. 우선 참고한 동영상에서 유튜버가 참고한 자료를 확인하면 빠르게 시작할 수 있다. 이 논문을 인용한 논문들을 확인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행 논문을 검색하는 데에 시간을 충분히 (최소한 10시간) 들여야 한다. 이는 주제를 정한 후의 일이며, 이후 비슷한 논문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주제는 약간의 디테일만 바꿔서 표절을 회피하는 정도로만 수정되어야 한다. 선행 논문에서 확인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논문에서 사용한 재료, 실험방법과 당신의 것이 얼마나 유사한지
    2. 결과는 어떻게 측정하고 평가했는지
    3. 이론적 배경(서론)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한 이론, 인용한 논문이 있는지
    4. 환경(ESG, 지속 가능 발전), 전통, 융합(STEAM)과 관련하여 포장한 사항이 있는지

    이후 모든 논문의 doi(혹은 원문 링크)를 논문 3줄 요약과 함께 정리한다. 이 정리본은 나중에 잘 활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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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772 / 조화급수처럼 한 걸음씩 꾸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