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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학교 생활기] 그럴싸한 R&E 2편_연구노트낙서장 2022. 2. 3. 04:41
R&E는 모든 영재학교와 과학고에서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일 년의 기간 동안 하나의 주제를 잡아서 팀플의 형식으로 연구를 하게 된다. 연구를 처음 하고, 기반 지식도 전무한 상태에서 그럴싸한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1학년 R&E를 잘하면 내내 잘 써먹을 수 있고, 비교과 고민은 조금 덜어도 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최소한의 투자로 평균 이상의 결과를 얻는 방법을 소개한다.
*앞으로의 모든 글은 같은 팀이 된 팀원 간의 관계가 원만하다는 전제를 담고 있습니다*
*예시는 화학 R&E를 기본으로 하지만,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적용하여 성공한 선례가 충분합니다*
연구노트는 매 시간 작성한다
연구노트의 중요성과 그 작성 방법은 학교에서 충분히 교육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또 강조한다. 연구노트는 반드시 매 시간 작성한다. 또한, 학교에서 인쇄를 허락하더라도 수기로 작성한다. 만일 본인의 손글씨가 나쁘다면, 차라리 돈을 주고 외부에 대리 필기를 맡기기를 추천한다. 숨고 등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리 필기를 맡기는 경우 "여학생스러운" 필체가 가산점을 받기 좋다. 다만 수기로 작성하더라도, 미리 컴퓨터로 작성 후 오탈자 없이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구노트의 의의는 따로 있지만, 우리에게 있어 의의는 예쁜 포장에 있다. 잘 작성된 연구노트를 대상으로 하는 부상도 있고, R&E 심사에서도 부가적인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연구는 운을 타지만, 노트 작성은 노력으로 예측 가능하게 수상할 수 있다. 무조건 양이 많고 깔끔하며, 손글씨가 매 페이지에 들어가야 한다. 연구 데이터를 넣기 위해 (차라리 손으로 표를 그려서 넣는다면 더욱 좋겠지만) 인쇄 지를 붙이더라도, 표의 제목과 세부 사항들은 (논문의 그림이나 표 밑에 작게 써진 글 비슷하게) 수기로 작성하면 큰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더군다나, 실험 세팅을 그림으로 그려서 넣는다면 큰 부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자신이 그림을 못 그리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다음과 같이 진행하면 된다.
- 컴퓨터를 활용하여 실험 세팅을 선 그림으로 그린다. 파워포인트와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 그려진 그림을 인쇄한다.
- 연구노트 - 먹지 - 인쇄 종이 순으로 두고, 모나미 볼펜 등으로 선 그림을 덧그린다.
- 연구노트에 난 선을 따라 두꺼운 펜(컴싸 등)과 자를 활용해 다시 그린다.
이러한 그림 및 표에는 일일이 인디케이션을 달아야 한다. 그림 1, 표 1 이런 식으로. 연구노트의 맨 앞/맨 뒤 한 페이지는 비워두고 나중에 표/그림 목차 등을 넣으면 깔끔하게 정리된다.
이 모든 고생을 할 필요가 있을까? 분명 있다. 아름다운 연구노트는 교내 R&E 대회에서도 큰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당신의 팀 내 기여도, 당신의 인성(성실성), 별도의 연구노트 수상까지 여러 이득을 주기 때문이다. 보통 연구노트 수상은 개인별로 이루어지므로, 최소한 팀원보다는 많이, 자세하게, 예쁘게 적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연구노트는 그 자체로 법적인 효력이 남는다. 당신이 연구노트에 (설령 자신의 의견이 아니더라도) 당신의 의견이라고 적고, 다른 팀원들이 연구노트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법적으로는) 당신의 말이 맞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악용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누구라도 연구노트가 가장 성실하게 기록된 사람을 팀 내에서의 기여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하게 된다.
연구노트는 가능한 한 빨리 기록하여(적어도 팀원들 중 가장 빠르면 좋다) 담당 교사의 서명을 매 페이지마다 받아둔다. 이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고등학생 수준에서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당신의 성실성을 어필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이다. 매일 실험 도중, 그리고 이후에 빠르게 작성하여 서명을 받자. 속도가 느리다면, 우선 적당히 적고 서명을 받은 후 추가로 작성하여 넣으면 된다. 원칙적으로는 문제가 있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중요하다.
연구노트로 팀 내 기여도를 올리는 방법: 선행 연구 조사
앞선 1편에서 선행 논문을 열심히 조사하여, 3줄 요약을 적어두었던 것을 기억하는가? 이 정보는 당연하게도 연구노트에도 적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연구노트의 맨 앞 몇 페이지를 비워두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를 하면서도 틈틈이 논문을 조사하여 추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맨 앞을 비워두는 것을 선생님이 지적할 수도 있는데, 우선 연필로 X 표시를 페이지 전체에 크게 친다. 원래는 볼펜으로만 기록하는 것이 원칙이나, 임시방편으로 문책을 피하기 위함이다. 이후 연필을 지우고 선행 연구를 채워나가면 된다.
연구노트에 논문을 적을 때는 반드시 인용법을 지켜야 한다. 그 편이 예쁘고 그럴싸하게 보이기 때문이다(우리에게는 이 이유가 전부다). 인용 표기는 각 논문을 제공하는 사이트의 citation 기능을 이용하면 어떻게 적는지 바로 알 수 있으니, 베껴서 적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여러 스타일 중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상한 형식이라도 통일성만 있고 필요한 정보(논문 제목, 저자, 연도, 저널, 페이지 번호 등등)만 다 채워져 있다면 상관없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고생하여 선행 연구의 정보를 적을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당신이 가장 빡세게 이론적 배경을 조사했다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론적 배경의 조사는 실험과 달리, 교사도 학생들의 기여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R&E 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에 따로 조사했을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당신이 연구노트(담당 교사의 서명만 있다면 효력이 있다)에 길게 선행 논문의 목록과 그 내용의 요약을 제시한다면, 당신이 가장 많은 일을 했다고 인정받게 된다.
실제로 일을 가장 많이 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시간이 많이 아깝다면, 올바른 인용법으로 논문을 적고, 3줄 요약은 논문의 초록(abstract)에서 적당한 문장만 옮겨와도 된다. 당신은 성적을 올리는 데 시간 투자하기도 바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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