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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생각_1] 사실, 정보, 생각낙서장 2022. 6. 14. 22:53
인간의 특질은 지식을 다룬다는 점이다. 지식을 다루는 데 있어서, 가장 기초가 되는 단위가 정보다.
여기서의 정보 => 말이나 글로 표현되는 것. 지식이나 자료 등. // 명문화할 수 없는 경험은 일단 다루지 않기로 하자.
그러나 정보는 언제나 참이 아니다. 게다가 어떤 정보의 참, 거짓 여부는 쉽게 알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지한 신이 존재하는 이상적인 세계에서 모든 정보는 참 혹은 거짓으로 나뉠 것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거나, 아예 분별할 수 없곤 한다. 이런 세계를 살아가는 것은, 망망대해를 안개 속에서 항해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음의 전제를 도입해볼 수 있다.
- 정보의 참/거짓은 정확히 판별하기 어렵다. 하지만 해당 정보가 참일 확률은 따져볼 수 있다.
- 참일 확률이 적당히 높은 정보는 사실(=참인 정보)이라고 일단 가정한다.
- 다만 우리가 판정한 (혹은 다른 사람이 판정한) '사실'은 언제든 거짓으로 바뀔 수 있다. '사실'로 판정한 어떤 정보가 거짓이라는 근거가 많아져서, 거짓일 확률이 충분히 높아질 때가 있다. 이런 경우 해당 정보는 '거짓'으로 재판정된다.
따라서 엄밀히 말해서 사실이라는 것은, 단지 편의에 따라 ('참'일 확률이 높기에) 적당히 붙여둔 이름표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확고부동한 진실은 없을까? 예를 들어 '지구는 둥글다'라는 명제를 생각해보자. 이 또한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말이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낮은 가능성이지만 실현 불가능은 아닌 음모론을 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지구가 둥글다는 말을 사실로 판정하는 이유는, 근거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지구가 평평할 확률보다 둥글 확률이 월등히 더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확고부동한 사실은 없는 것일까? 신이 아닌 이상 정확히 참인 사실들을 알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설령 무조건 참인 진리를 찾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과 지적 노동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기에 수학에서 사용하는 공리(적당히 참이라고 가정하는 것들)를 도입할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데카르트가 제시한 '나는 존재한다.' 정도면 참이라고 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반박하면서 근원적으로 파고들 수도 있겠지만, 내 시간은 아까우니깐.
또한 나는 '이 세상에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별개의 인격으로 존재한다'라는 명제 또한 참으로 여길 것이다. 이 명제를 부정할 수도 있다. 사실 인간은 원자들의 집합이고, 인격과 사고 역시 (현대 뇌과학에 의하면) 뉴런들의 연결에 의한 전기적 신호들일 뿐이다. 극단적으로는 '세상은 나뿐이고, 다른 사람들은 생물학적 로봇들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생각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타인이 없게 되므로 노력할 필요가 없다.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범죄 역시 정당화된다. 생리적인 반감 역시 든다.
'나는 대부분의 경우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으며, 성찰할 수 있고, 따라서 발전시킬 수 있다'라는 생각도 참으로 인정하려고 한다. 물론 믿음에 가까운 것이지만, 자기 계발에 대한 의지는 믿음으로라도 갖고 있어야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명제를 부정해봐야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위 생각만 하고 있다면 독단적인 사람이 되기에 십상이다. 나 또한 실수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라는 것 또한 수용해야 좋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인간은 모두 비슷하게 불완전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면 될 것 같다.
정리하자면,
- 나는 존재한다.
- 다른 사람들도 존재한다.
- 나는 대부분의 경우 이성적이며, 사고와 성찰을 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다.
- 나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은 똑같은 존재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인생의 목표는 적당히, 좋은 사람에 가까워지도록 노력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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